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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강해 122] 마하나임에서의 야곱(창세기 32장) 본문

강해시리즈/창세기 강해 (Gleanings In Genesis)

[창세기 강해 122] 마하나임에서의 야곱(창세기 32장)

En Hakkore 2024. 3. 21. 11:14

앞장에서 우리는 야곱이 "네 조상의 땅 네 족속에게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밧단아람을 떠난 것을 살펴보았다(창 31:3). 그리고 그렇게 떠난 야곱을 라반이 추격했다가 마침내 둘 사이에 감동적인 작별을 하게 된 경위도 살펴보았다.

이제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야곱에게 일어난 또 하나의 중요한 사건을 살펴보고자 한다.

"야곱이 길을 가는데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를 만난지라"(창 32:1).

지금 야곱은 순종의 길 위에 서 있었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또 다른 계시로 그에게 은총을 베푸심으로써 그의 믿음을 강하게 하고 그에게 용기를 주셨다. 그리고 그렇게 하심으로써 하나님은 지금 그를 기다리고 있는 일 즉 400명을 거느린 에서와 만나는 일을 위해 준비하시고 계셨다.

순종의 길 위에서조차 우리는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는 것과 마주칠 것을 예상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시험 가운데에는 외적으로 볼 때 하나님 자신이 우리를 대적하고 계시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적지 않게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종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스스로를 분명하게 나타내심으로써 우리를 격려하신다.

이와 같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스스로를 나타내시는 것은 우리를 인정하시는 증표로서 우리의 믿음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의인의 길이 한낮의 광명처럼 밝게 빛나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것은 야곱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야곱이 길을 가는데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를 만난지라."

여기의 "만난지라"라는 단어는 참으로 아름다운 개념을 암시한다. 하나님의 천사들(angels of God)이 그에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를 "만났다." 야곱은 오랜 타향살이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그는 여호와께서 그의 조상들에게(그리고 나중에 그 자신에게) 주신 땅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리하여 천사들이 이를테면 그를 맞이하기 위해 나온 것이었다. 하나님은 그의 종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환영하고 자신의 선한 뜻을 나타내기 위해 자신의 사자들을 보내셨다.

예전에 야곱이 가나안 땅을 떠나 밧단아람으로 갈 때, 하나님이 그를 만나시고 그에게 천사들의 환상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지금 밧단아람에서 가나안으로 돌아올 때, 천사들이 그를 만났고 곧이어 하나님 자신이 그에게 나타나실 것이었다.

"야곱이 길을 가는데 하나님의 사자들이 그를 만난지라 야곱이 그들을 볼 때에 이르기를 이는 하나님의 군대라 하고 그땅 이름을 마하나임이라 하였더라"(32:1, 2).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하나님이 시의적절하게 개입하시는 것을 보게 된다. 야곱은 방금 한 무리의 적으로부터 피해 도망쳐 나왔다(라반과 그의 아들들 - 31:22, 23). 그런데 또 한 무리의 적 즉 400명을 거느린 에서가 그를 만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이때 하나님의 군대가 나타났다.

마치 그가 누구의 도움으로 라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주려는 듯이, 그리고 그에게 전에 구원해 주신 자가 이제 또 다시 구원해 줄 수 있음을 보여 주려는 듯이 말이다.

야곱은 거기에 나타난 천사들을 단수로 "하나님의 군대"(God' s host)라고 불렀다. 그러나 야곱이 그 장소를 "마하나임" 이라고 이름 붙인 사실에서 그들은 두 무리로 나누어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하나임은 "두 군대"(two hosts)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거기에 하나님의 "천사들"로 구성한 하나의 군대가 있었지만, 그들은 두 무리의 군대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한 군대는 앞에서 그리고 다른 한 군대는 뒤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야곱에게 두 무리의 적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라. 그들 모두 야곱에게 폭력을 사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의 하나님의 두 군대는 바로 그러한 적들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었겠는가!

한 무리의 적은 아무런 타격도 가하지 못한 채 이미 돌아갔다(라반과 그의 무리). 그리고 또 한 무리의 적 역시 그렇게 될 것이었다(400명을 거느린 에서). 새로운 무리의 적은 아직 야곱에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앞과 뒤에서 둘러싸고 있는 천사들의 군대는 "그가 어디로 가든 하나님이 그와 함께 계시며 그를 지킬" 것이라는 약속에 대한 가장 확실한 확증이 될 것이었다. 💕

이것은 우리에게 훗날 이스라엘이 광야를 여행하는 동안 하나님이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밤에는 불기둥으로 지키시고 보호해 주신 것을 일깨워 주지 않는가?

"야곱이 세일 땅 에돔 들에 있는 형 에서에게로 자기보다 앞서 사자들을 보내며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너희는 내 주 에서에게 이같이 말하라 주의 종 야곱이 이같이 말하기를 내가 라반과 함께 거류하며 지금까지 머물러 있었사오며 내게 소와 나귀와 양 떼와 노비가 있으므로 사람을 보내어 내 주께 알리고 내 주께 은혜 받기를 원하나이다 하라 하였더니"(32:3-5).

  지금까지 야곱은 형 에서가 세일 땅에 정착했다는 것 외에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전에 자신이 행한 일과 그로 인한 형의 분노를 생각할 때, 그는 형을 다시 만나는 것의 결과를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보다 앞서 사자들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마치 적국을 행군하면서 앞서 정탐군들을 보내는 것처럼 말이다. 사자들은 에서에게 무슨 말을 하며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야곱으로부터 상세한 지시를 받았다. 모든 것은 에서의 격노한 마음을 무마시키기 위해 의도된 것이었다. 야곱이 사자들의 입에 넣어준 말은 물론 다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것으로 우리는 또 다시 야곱의 특유의 용의주도함을 보게 된다.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너희는 내 주 에서에게 이같이 말하라 주의 종 야곱이 이같이 말하기를 내가 라반과 함께 거류하며 지금까지 머물러 있었사오며 내게 소와 나귀와 양 떼와 노비가 있으므로 사람을 보내어 내 주께 알리고 내 주께 은혜 받기를 원하나이다 하라 하였더니"(4, 5절).

야곱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자신의 축복과 특권을 거론하지 않는다. 이삭은 야곱에게 "네가 형제들의 주가 되고 네 어머니의 아들들이 네게 굴복하며" 라고 말했다(창 27:29). 그러나 여기에서 야곱은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대신 그는 에서를 "주"로 칭하면서 스스로 종의 자리를 취한다.

또 그는 여기에서 자신이 밧단아람으로 도망친 이유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내가 라반과 함께 거류하며 지금까지 머물러 있었사오며" 라고 단순하게 말할 뿐이다. 야곱은 에서에게 자신이 장자권을 주장한다든지 혹은 아버지의 기업으로 나누기 위해 온 것이 아님을 이해시키고자 애썼다.

그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하나님이 그에게 이 세상의 재물을 풍성하게 주셨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것 속에 야곱의 천부적인 용의주도함이 얼마나 잘 나타나는가!

Arthur W. Pink 창세기 강해 p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