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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강해 120] 야곱이 하란을 떠남 본문

강해시리즈/창세기 강해 (Gleanings In Genesis)

[창세기 강해 120] 야곱이 하란을 떠남

En Hakkore 2024. 3. 21. 11:01

라반의 집에 "드라빔"이 있었던 사실은 그의 가정이 여전히 바벨론의 우상 숭배와 연결되어 있었던 것을 보여 준다. 그가 참 하나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창 31:53을 보라).

라반은 훗날 스바냐 선지자가 "여호와께 맹세하면서 말감을 가리켜 맹세하는 자들" 이라고 묘사한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다(습 1:5). 라반의 종교적인 삶 가운데 나타나는 이러한 이상한 모순은 오랫동안 성경 연구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한 인물 위에 빛을 던져 준다.

그는 발람이다. 여기의 신비한 선지자는 점을 치는 이교도 예언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호와와 어느 정도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발람은 라반의 자손이었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러한 사실은 라반의 종교적 혼합주의를 충분히 설명해 주고도 남는다. 민수기 23:7로부터 우리는 발람이 "아람"으로부터 왔음을 듣는데, 아람은 라반이 살았던 밧단아람과 동일시 될 수 있다.

발람은 야곱이 라반의 집을 떠난 때로부터 내략 280년 후에 선지자로서 활동했다. 당시에 280년은 두 세대를 망라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요나단 탈굼(Targum of Jonathan) 민수기 27:5과 역대하 1:44은 발람을 라반 자신과 동일시한다. 그런가 하면 탈굼의 또 다른 구절들은 발람이 라반의 아들인 브올의 아들이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발람이 라반의 손자였다는 것이다.

라반이 "드라빔"을 자신의 신(神)으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라. 발람이 정말로 라반의 후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면, 여기에서 라반이 여호와를 완전히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이교도의 가증한 일을 행했던 것은 충분히 설명되고도 남는다.

본래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자. 라반은 야곱이 가만히 떠나고 난 후 삼일 만에 비로소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즉시로 사람들을 거느리고 야곱을 추적했다. 의심의 여지없이 그는 상당한 정도의 무력(武力)을 동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야곱 일행을 따라잡기 전날 밤, 하나님이 꿈 가운데 그에게 나타나셔서 "너는 삼가 야곱에게 선악간에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31:29).

이와 같이 여호와는 다시 한 번 야곱에 대한 자신의 약속을 지키셨다. 다음 날 라반은 야곱을 만나 꾸짖는데, 그러한 꾸짖음 속에 라반이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지 않았음이 나타난다. 오늘 나는 야곱과 라반 사이의 긴 대화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양자 사이에 다소 감정적인 언어가 오고가기는 했지만, 어쨌든 만남은 잘 끝났다. 그리고 마지막 작별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만남의 끝 부분에 두 사람이 사용한 언어를 통해 그들의 어떠함이 그대로 드러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이와 같이 매우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통해 우리의 어떠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네 말로 의롭다 함을 받고 네 말로 정죄함을 받으리라"(마 12:37). 여기에서도 그랬다. 야곱이 한 돌을 취하여 그들 사이의 언약을 증거하는 기둥으로 삼았을 때, 라반은 그것을 "여갈사하두마" 라고 불렀다. 그것은 "증거의 무더기" 를 의미하는 갈대아어였다. 이와 같이 그는 이교도들의 언어를 사용했다.

반면 야곱은 그것을 "갈르엣" 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증거의 무더기"를 의미하는 히브리어였다. 이와 같이 오직 참된 신자만이 하나님의 백성들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경건치 않은 우상 숭배는 세속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이와 같이 대제사장의 관정에서 어떤 사람들이 베드로에게 말했던 것처럼, 사람의 말소리가 그 사람을 표명하는 법이다. "조금 후에 곁에 섰던 사람들이 나아와 베드로에게 이르되 너도 진실로 그 도당이라 네 말소리가 너를 표명한다 하거늘"(마 26:73).

창세기 31장의 마지막 부분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여 준다.

"야곱이 또 산에서 제사를 드리고 형제들을 불러 떡을 먹이니 그들이 떡을 먹고 산에서 밤을 지내고 라반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손자들과 딸들에게 입맞추며 그들에게 축복하고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더라"(54, 55절).

먼저 화평의 언약이 제안되었으며, 다음으로 그것이 제사로 말미암아 확정되었으며, 마지막으로 그것이 만찬으로 기념되었다. 이것은 애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하나님이 모세에게 약속을 주셨으며, 다음으로 어린 양이 죽임을 당했으며, 마지막으로 백성들이 그 고기를 불에 구워 먹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하나님이 창세 전에 화평의 언약을 세우셨으며, 다음으로 때가 차매 희생제사가 드려지고 열납되었으며, 마지막으로 그것이 주의 만찬으로 기념되었다(고전 5:8). 마찬가지로, "산에서 제사를 드린" 사람은 나이가 많은 라반이 아니라 그의 조카 야곱이었음을 주목하라. 💕

Arthur W. Pink 창세기 강해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