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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강해 111] 밧단아람에서의 야곱(창세기 29장) 본문

강해시리즈/창세기 강해 (Gleanings In Genesis)

[창세기 강해 111] 밧단아람에서의 야곱(창세기 29장)

En Hakkore 2024. 3. 20. 11:55

앞 장에서 우리는 아버지의 집을 떠나 외삼촌 라반이 사는 밧단아람을 향해 긴 여행을 시작한 야곱을 추적했다. 브엘세바를 떠난 첫 날 밤 그는 한 장소에 이르러 돌 하나를 취하여 베개를 삼고 거기에서 잠들었다. 그 날 밤 꿈에 여호와께서 그에게 나타나셨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인생 가운데 처음으로 하나님이 나타나신 것이었을 것이다. 그때 하나님은 그에게 지금 그가 누워 있는 땅을 주고, 그의 자손을 땅의 티끌처럼 많아지게 할 것이며, 땅의 모든 족속이 그와 그의 자손으로 말미암아 복을 받을 것을 말씀하셨다.

그리고 나서 계속해서 그는 하나님이 그와 함께하실 것이며, 그가 어디로 가든 하나님이 그를 지키실 것이며, 마침내 그를 다시 그와 그의 조상들에게 준 땅으로 돌아오게 하실 것이라는 확증의 말씀을 받았다.

다음 날 아침 야곱은 일어나, 베개로 삼았던 돌에다가 기름을 붓고, 그곳 이름을 "하나님의 집" 을 의미하는 벧엘로 명명했다. 야곱의 이러한 경험의 결과가 창세기 29:1에 짤막하게 묘사된다.

"야곱이 그의 발을 높이 들고 동방 사람의 땅에 이르러"(Then Jacob lifted up his feet, 한글개역개정판에는 "야곱이 길을 떠나" 라고 되어 있음). 집을 떠날 때 그의 발은 너무나 무거웠지만, 그러나 이제 그런 무거움은 사라졌다.

이제 그는 하나님으로부터 항상 함께 하시며 지켜 주시겠다는 확증을 받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브엘세바를 출발할 때 그의 발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생각해 보라. 브엘세바에서 목적지인 밧단아람까지의 거리는 대략 800km정도 되었다.

혼자 걸어서 여행했음을 생각할 때, 우리는 첫 날 밤 하나님이 그에게 나타나 그가 어디로 가든 그와 함께할 것이며 항상 지켜 줄 것이라는 위로의 약속을 주신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28:15).

그러므로 이제 야곱이 즐겁고 확신에 찬 마음으로 나아가게 된 것은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 유대인 주석가는 "그의 마음이 그의 발을 높이 들게 했다" 라고 표현했다.

사랑하는이여, 우리 주님이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라고 약속하신 것을 기억하라(마 28:20). 만일 우리 마음이 이러한 복된 약속으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끌어낸다면, 우리 역시도 이 세상을 여행하는 가운데 "우리의 발을 높이 들" 수 있을 것이다. 💕

우리의 발을 납덩이처럼 무겁게 만들면서 큰 곤비함으로 질질 끌며 힘겹게 세상을 여행하는 것은 "세상 끝날까지 항상 함께 있을" 것이라는 우리 주님의 "지극히 크고 보배로운 약속"을 잊어버리는 불신앙이다.

이후의 여행은 특별한 사건 없이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읽게 되는 다음 사건은 실제로 그와 함께하셨던 것에 대한 놀라운 증거를 발견한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찾아가고 있는 사람의 딸을 만나게 될 우물로 인도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곱이 그 우물로 가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또 그 시간에 라헬이 그곳으로 온 것 역시 우연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통치하는 세상에서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요셉의 형들이 요셉을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었을 때 이스마엘 족속이 그곳을 지나가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또 그들이 애굽으로 내려가고 있었던 것 역시 우연이 아니었다.

바로의 딸이 목욕하러 강으로 갔을 때 거기에서 한 시녀가 갈대강자 안에 있는 아기 모세를 발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어느 날 아하수에로 왕이 잠이 오지 않아 침상에서 일어나 모르드개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 궁중일기를 읽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야곱이 라헬을 만난 것 역시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렇다. 다시 반복하거니와, 하나님이 통치하는 세상에서 우연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하나님이 항상 "함께하는" 사람들의 삶 가운데에는 얼마나  더 그렇겠는가!

사랑하는이여, 우리의 삶 가운데 우연한 일이나, 우연한 만남이나, 우연한 지체나, 우연한 실패는 결코 없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섭리로 말미암는다. 💕

이와 같이 하나님은 야곱의 발걸음을 라헬을 만나게 될 우물로 신실하게 인도하셨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야곱의 한 가지 명백한 잘못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에게 한 가지 매우 중요한 것이 빠져 있는 것이다. 목적지에 거의 도착했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우리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오늘 나에게 순조롭게 만나게 하사 내 주인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베푸시옵소서"(창 24:12).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복을 위해 기도하는 야곱의 모습을 전혀 보지 못한다. 그는 다만 하란의 목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뿐이다.

Arthur W. Pink 창세기 강해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