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주권 64]

하나님의 주권과 기도

우리에게 기도를 명하신 이유

3. 하나님은 우리의 필요를 자신에게 구할 수 있게 하려고 기도를 명하셨다.

하나님이 시간 속에서 일어날 모든 일을 창세 전에 예정해 놓으셨다면, 우리의 기도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롬 11:36)는 말씀이 참이려면, 왜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직접 답하기 전에, 이렇게 물을 이유도 충분하다. "하나님이 이미 다 아신다면, 내가 굳이 하나님께 아뢰는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나님이 내 모든 필요를 이미 다 아신다면, 내가 그 필요를 채워달라고 구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기도는, 마치 하나님이 모르시는 것처럼 그분께 정보를 주는 게 아니다. 기도는 하나님이 우리의 필요를 아신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행위이다. 기도는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하나님께 정보를 드리는 게 아니다.

기도는 우리가 자신의 필요를 깨달았음을 하나님께 고백하는 행위이다. 사실 모든 부분에서, 하나님의 생각은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 하나님은 자신이 주실 선물(은사)을 우리에게 구하라고 요구하신다. 하나님이 복을 주신 후에 우리에게 감사를 받으셔야 하듯이, 하나님은 우리가 구할 때 높임을 받으신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하나님이 일어날 모든 일을 예정해 놓으셨고, 모든 사건의 통제자라면, 기도는 쓸데없는 짓이 아닌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이 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기도를 명하시며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 5:17)고 명하신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은 또한 "항상 기도하라"(눅 18:1)고 명하신다. 더 나아가 성경은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의인의 간구[기도]는 역사하는 힘이 큼이니라"(약 5:15-16)고 선언한다.

모든 부분에서 우리의 완전한 모범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탁월한 기도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따라서 기도가 무의미하지도, 무가치하지도 않은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으로 어려움이 사라졌거나 처음에 던진 물음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주권과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어떤 관계인가?

첫째, 강조해서 말하건대, 기도는 하나님의 목적을 바꾸려 하지도 않으며, 그분이 새로운 목적을 세우시게 하려 하지도 않는다. 하나님은 어떤 사건들이 자신이 정한 방법으로 일어나도록 작정하셨다.

하나님은 어떤 사람들을 구원에 이르도록 선택하셨을 뿐 아니라 복음 전파를 통해 구원 얻도록 작정하셨다. 그러므로 복음은 하나님이 자신의 영원한 계획을 성취하려고 정하신 수단 중 하나이며, 기도도 그 중 하나이다.♡

하나님은 목적뿐 아니라 수단도 작정해 놓으셨다. 하나님의 백성이 드리는 기도 또한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에 포함된다. 그러므로 기도는 헛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이 그분의 작정을 실행하시는 수단이다.

"정말로 모든 일이 맹목적인 우연이나 숙명적인 필연으로 일어난다면, 기도는 도덕적 효력이 없으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그러나 기도는 하나님의 지혜의 인도를 받기 때문에, 사건들이 일어나는 과정에 기도의 자리가 있다"(Robert Hldane., 1864-1842).

하나님이 작정하신 일들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다. 성경이 이것을 분명하게 가르친다. 엘리야는 하나님이 곧 비를 내리실 줄 알았는데도, 곧바로 기도했다(약 5:17-18 참조). 다니엘은 포로 생활이 70년간 계속될 것을 선지자들의 글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70년이 거의 다 끝나 가는데도 "금식하며 베옷을 입고 재를 덮어쓰고 주 하나님께 기도하며 간구하기를 결심했다"(단 9:2-3). 하나님은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라"(렘 29:11).

그러나 하나님은 "그러므로 너희는 이 일들에 대해 내게 기도할 필요가 없느니라"고 덧붙이신 게 아니라 "너희가 내게 부르짖으며 내게 와서 기도하면 내가 너희들의 기도를 들을 것이요"(렘 29:12)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기도의 계획은 이것이다. 하나님의 뜻이 바뀌도록 기도하는 게 아니라 그분의 뜻이 그분의 때에 그분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완전한 믿음의 확신을 갖고 그 무엇을 구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이 그것을 약속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목적은, 자신의 뜻을 자신의 정한 방법으로 이루시는 것이며,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백성을 이롭게 하시는 것이며, 호소와 간구라는 방법과 수단을 통해 이렇게 하시는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은, 자신의 죽음과 부활 후에 아버지께서 자신을 높이실 것을 미리 알지 않았는가? 틀림없이 아셨다. 그런데도 그분은 바로 이것을 구하셨다.

"아버지여 창세 전에 내가 아버지와 함께 가졌던 영화로써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 나를 영화롭게 하옵소서"(요 17:5). 그분은 자신의 백성 중에 하나도 멸망치 않을 것을 미리 알지 않으셨는가? 그러나 그분은 아버지께 이들을 '보전해' 달라고 비셨다(요 17:11 참조).

Arthur W. Pink 하나님의 주권 p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