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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칠언 30] 고난의 말씀 2 본문

가상 칠언, 그 의미와 적용

[가상칠언 30] 고난의 말씀 2

En Hakkore 2024. 5. 16. 12:30

고난의 말씀(The Word of Suffering)

2. 그리스도의 고통이 극심하였다

먼저 이 외침이 육체의 고통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해 보자. 이 말씀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면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아야 한다. 마가의 다락방에서 만찬을 들고 제자들과 기나긴 대화를 나누신 구속자는 겟세마네로 자리를 옮기셔서 한 시간 동안 깊은 고뇌에 시달리셨다.

그의 영혼은 슬픔이 넘쳐흘렀다. 끔찍한 잔을 생각할 때에 땀방울이 아니라 핏방울이 주르르 흘렀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치열하게 고뇌하던 것도 그를 체포하려는 군병들과 동행한 배신자가 나타나면서 끝나버렸다. 그는 가야바 앞에 끌려갔고 한밤중이었지만 심문을 당하고 모욕을 당했다.

구주는 이른 아침까지 잡혀 있다가 피곤하게 대기하던 시간이 지나자 빌라도 앞에 끌려갔다. 지루한 재판이 있은 후에 채찍질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 다음에 아마도 도시 한 복판을 가로질러 헤롯의 재판장으로 이끌려가서 헤롯 앞에 잠깐 선 후에 잔인한 군병들 손에 넘겨졌다.

다시 조롱당하고 채찍을 맞고 또 다시 도시를 가로질러 빌라도에게 끌려갔다. 다시 한 번 지루한 기다림이 있었고, 정식 재판 절차 -이 웃기는 연극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를 거쳐서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그리고 나서 피범벅이 된 등에 십자가를 지고 한낮의 열기속에서 바위투성이 골고다 언덕을 향해 갔다. 처형 장소에 도착하여 그의 손과 발은 나무에 못 박혔다. 세 시간 동안 가시관을 쓴 머리에 사정없이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매달려 있었다.

암흑의 세 시간이 지나고 이제 막 끝나려 한다. 그 밤과 그 낮은 영원이 함축되어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러는 내내 그의 입 속에서 중얼거림은 단 한 마디도 없었다. 불평도 애원도 없었다. 모든 고난을 위엄 있는 침묵 속에서 견디어 내셨다.

양털 깎는 이 앞에서 말 못하는 양과 같이 그는 입을 열지 않으셨다. 그러나 마침내 온몸은 고통에 만신창이가 되었고 입술은 타 들어갔다. 그는 외치셨다.

"내가 목마르다" 동정을 구하는 것도 고통을 감해 달라는 요구도 아니었다. 겪고 있는 고난이 극심함을 표현한 것이다. "내가 목마르다." 일상적인 목마름이 아니었다. 그 내면에는 육체의 고통보다 더 절박한 무언가가 있었다.

마태복음 27장 48절과 본문을 주의 깊게 비교해 보면 "내가 목마르다"는 말씀이 네 번째 말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에 이어서 바로 나왔다. 그 이유는 군병이 입술에 신포도주를 적신 해융을 대 주는 동안 구경꾼 중에 하나가 "가만 두어라,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원하나 보자"라고 외쳤기 때문이다(마 27:49).

우리는 영혼 내면의 시험이 육체에 영향을 미쳐 신경을 찌르고 기력을 쇠하게 한다는 것을 안다.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느니라"(잠 17:22). "내가 토설치 아니할 때에 종일 신음하므로 내 뼈가 쇠하였도다. 주의 손이 주야로 나를 누르시오니, 내 진액이 화하여 여름 가뭄에 마름 같이 되었나이다"(시 32:3~4). 육체와 영혼은 서로 교감한다.

구주가 세 시간 동안 하나님이 외면하시는 암흑 속에서 맹렬하게 쏟아지는 진노를 견디어 내어 이제 막 벗어나시려는 순간임을 기억하자. 육체의 고통을 표현하는 이 외침은 막 지나온 영적 갈등이 혹독했음을 말해 준다!

"무릇 지나가는 자여, 너희에게는 관계가 없는가? 내게 임한 근심 같은 근심이 있는가? 볼지어다, 여호와께서 진노하신 날에 나를 괴롭게 하신 것이로다. 위에서부터 나의 골수에 불을 보내어 이기게 하시고, 내 발 앞에 그물을 베푸사 나로 물러가게 하셨음이여, 종일토록 고적하여 곤비케 하셨돠"(애 1:12-13).

그의 "목마름"은 하나님의 맹렬한 진노의 열기로 그의 영혼이 고난을 받았던 결과이다. 살아계신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땅의 가뭄을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는 분명히 세 시간 동안 단절되었던 하나님과의 영적 교통을 다시 나누고픈 열망의 표현이었다.

암흑에서 벗어난 직후에 대해서도 그리스도 자신이 선지자의 영을 통해 말씀하셨다.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나이다. 내 영혼이 하나님 곧 생존하시는 하나님을 갈망하나니, 내가 어느 때에 나아가서 하나님 앞에 뵈올꼬? 사람들이 종일 나더러 하는 말이 네 하나님이 어디 있느뇨 하니, 내 눈물이 주야로 내 음식이 되었도다"(시 42:1-3).

                            "내가 목마르다"

Arthur W. Pink 가상칠언 그 의미와 묵상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