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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칠언 20] 고뇌의 말씀 1 본문

가상 칠언, 그 의미와 적용

[가상칠언 20] 고뇌의 말씀 1

En Hakkore 2024. 5. 14. 11:40

고뇌의 말씀(The Word of Anguish)

제 구시 즈음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질러 가라사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마태복음 27:46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 말씀은 숨이 멎을 만큼 중요한 말씀이다. 영광의 주께서 십자가에 달리심은 지상에서 일어난 일 중에 가장 보기 드문 일이었고, 고통 가운데 계신 그분의 이 외침은 당혹스러운 이 상황에서 가장 놀라운 말씀이었다.

무죄한 자가 정죄를 받고, 죄 없는 자가 박해를 받으며, 은혜를 베푼 자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것이 역사 속에서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의로운 아벨의 살해에서부터 사가랴의 살해까지 그런 순교자의 목록은 길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 가운데 십자가에 달리신 분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인자인 동시에 모든 것에 뛰어나신 분, 완벽한 분이었다. 그의 옷처럼 그의 성품은 "호지 아니하고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 이었다.

박해를 받았던 다른 모든 경우에는 살인자가 무엇인가 비난할 수 있는 흠과 결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 재판관은 "나는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하노라"고 말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고난당하는 자가 완벽한 사람이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하나님을 파괴하고자 원하는 것이 예상 밖의 일은 아니다. "어리석은 자는 그 마음에 하나님이 없다 하도다"(시 14:1). 이것은 사람이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성육신하신 그분이 자기 자신을 적들에게 내어 주어 그런 대접을 받으시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마 3:17)고 하늘 문을 여시고 직접 선포하셨던 하나님께서 아들을 그런 수치스러운 죽음으로 넘기셨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 말씀은 가슴이 내려앉는 고뇌의 말씀이다. "버리다"라는 말 자체가 인간의 말 중에서 가장 비극적이다. 거주민들이 모두 버리고 간 도시를 한번 지나가 본적이 있는 작자라면 그 느낌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이 단어가 수식하는 말들 - 친구에게 버림받은 사람, 남편에게 버림받은 아내,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녀 - 은 비참한 불행이다! 그러나 조물주로부터 버림받은 피조물, 하나님에게 버림받은 사람, 이것이 제일 두려운 일이다. 악 중에 악이다. 가장 참혹한 불행이다!

사실, 타락한 인간이 새롭게 되기 이전의 상태라면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하나님이 완벽함의 극치이시며 모든 탁월함의 원천이자 목표임을 조금이나마 아는 자라면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나이다"(시 42:1)라고 외치며 위에서 말한 것들을 시인할 것이다.

모든 시대의 성도들은 "날 버리지 마옵소서, 하나님" 이라 울부짖었다. 단 한순간이라도 주께서 우리에게 그의 얼굴을 숨기신다는 것을 견딜 수 없다. 중생한 죄인도 그런데, 하물며 아버지께서 사랑하시는 아들은 훨씬 더할 것이다!

저주받은 나무에 매달린 그리스도는 영원 전부터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대상이었다. 잠언 8장 30절을 보면, 고난을 받는 구주는 "그 곁에 있어서" "항상 그 앞에서 즐거워" 하였다. 그의 즐거움은 아버지의 낯을 뵈옵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계시는 곳이 그의 집이었고, 아버지의 품이 그의 거처였으며, 세상이 있기 전부터 아버지의 영광을 나누었다. 이 세상에 계셨던 33년 동안 그는 아버지와 지속적인 영적 교제를 누렸다. 아버지의 마음에 어긋나는 생각은 단 한번도 없었으며, 아버지의 뜻이 아닌 결단은 단 하나도 없었고, 아버지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았던 시간은 단 한순간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하나님께 "버림받다"니 이것이 무슨 말인가! 하나님께서 얼굴을 숨기신 것이 "아버지께서 구속자에게 마시도록 주신 잔 중에 가장 쓴 부분이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이 말씀은 비할 수 없는 비애가 가득한 말씀이다. 고통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 준다. 군병들은 잔인하게 조롱했다. 머리에 가시면류관을 씌웠다. 째찍질하고 매질했다. 심지어 침을 뱉고 머리를 쥐어뜯기까지 했다. 옷을 벗겨 수치스럽게 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것을 묵묵히 당하셨다.

군병들이 손과 발에 못을 박았지만, 그는 수치심을 무릅쓰고 십자가를 지셨다. 폭도들이 비아냥거리고 같이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들이 비웃음을 던졌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으셨다. 사람들의 손에 시달리시면서도 그의 입에서는 단 한마디의 절규도 터져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하늘 진노의 집중 포화가 그에게 쏟아질 때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울부짖으셨다. 아무리 굳은 마음이라도 무너져 내리는 외침이다!

Arthur W. Pink 가상칠언 그 의미와 묵상 p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