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fe of David108] 도덕적 실패(사무엘하 3-4장)

앞 장에서 나는 앞으로 많은 것이 다윗의 처신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윗의 삶에 아주 심각한 위기가 찾아왔다. 그가 헤브론에서 보낸 시간은 그의 삶의 분기점이었다. 어느 면에서 그 시간은 그가 거부당했던 시기였다.

이스라엘 백성 대다수는 아직도 사울에게 집착하면서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시간은 다윗이 그 나라를 통치했던 고양(高揚)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나는 다윗의 삶의 초창기에 벌어졌던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 사건들 사이의 도덕적 연관성을 지적하고자 했다.

즉 다윗이 행한 특별한 행동과 그로 인해 하나님이 통치적 행위를 통해 조성하셨던 여러 가지 환경들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적하고자 했다. 나는 하나님의 도우심에 의지해 다윗의 생애의 두 번째 시기의 상세한 내용들 역시 비슷한 절차를 따라 다룰 작정이다.🤞

우리는 이 책의 제20장에서 다윗이 두 명의 아내를 취함으로써 어떻게 여호와를 불쾌하게 해드렸는지 살펴보았다. 제22장에서는 한 가지 죄가 어떻게 또 다른 죄로 이어지는가에 주목했고, 제24장에서는 다윗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설정하고 여호와 안에서 용기를 얻었던 것에 대해 살펴보았고, 제27-28장에서는 그로 인해 어떤 복된 결과들이 발생했는지 추적해 보았다.

그 복된 결과는, 하나님이 그를 헤브론으로 인도하시는 것을 통해 드러나듯이, 그와 여호와 사이의 온전한 교제의 회복으로 이어졌다. 헤브론에서 다윗은 자기 족속의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은총의 표적"(시 86:17)을 얻었다. 그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유다 족속의 왕으로 삼았다"(삼하 2:4).

참으로 이것은 만약 그의 처신이 계속해서 여호와를 기쁘게 해드린다면, 그분께서 "그 사람의 원수라도 그와 더불어 화목하게"(잠 16:7) 해주리라는 희망적인 암시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 "은총의 표적"은, 이후에 벌어질 모든 일들에 비추어 본다면 보다 엄중한 것이 될 뿐이다.

사무엘하 후반부에는 애처럽고 비극적인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다윗만큼 고통스럽게 정치적. 가정적. 시련을 겪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자기 나라 안에서 정치적 반역자들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에게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자신의 가족들로 인해 큰 슬픔을 경험해야 했던 것이다.

그가 사랑했던 아내는 그에게 등을 돌렸고(삼하 6:20-22), 그의 딸 다말은 배다른 오빠에게 강간을 당했고(13:14), 그의 아들 암논은 살해당했고(13:28-29), 그가 사랑했던 아들 압살롬은 아버지의 나라를 탈취하려고 했다가 살해되었다(18:14). 그가 죽기 직전에는 또다른 아들인 아도니아가 왕권 탈취를 시도하다가(왕상 1:5) 역시 살해되고 말았다(왕상 2:24-25).

만약 우리가 여호와께서 고의로 우리를 괴롭히시는 것이 아니라(애 3:33) 우리의 죄로 인해 고통이 야기되는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다윗이 겪어야 했던 그토록 고통스러운 가족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혹시 성령께서 우리에게 다윗이 그의 생애 후반에 겪어야 했던 괴로운 시련들의 이유를 설명해 주시거나 사무엘하 후반부에 기록된 내용을 조명해 줄 만한 자료들을 제공해 주시기 원하셨다면, 우리는 그런 설명과 자료들을 다른 데서가 아니라 사무엘상의 앞 장들에서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성경의 올바른 이해를 위한 아주 중요한 원리다. 대개 하나님은 문틀 위에 열쇠를 놓아두신다. 그러므로 성경에서는 대개 앞의 장들(종종 첫 번째 구절들)이 그 이후의 장들에 대한 분명한 암시나 예시를 포함하고 있다. 물론, 이런 원리는 경우에 따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덜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 66권 각각에 관한 한, 그 서론 부분에서 나타나는 주체에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일수록, 그 주제의 발전 과정을 따라가기가 더 쉬워진다. 여기 사무엘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Arthur W. Pink 다윗의 생애1 p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