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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를 낮추세요 본문
아이를 키우다 보면 목소리가 저절로 커진다는 것이 엄마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지 않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를 내게 되는 양육의 고충을 토로하곤 합니다. 특히 사내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어느덧 억세져 버린 자신의 목소리를 의식하고서 씁쓸해 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이의 관심을 끄는 데는
큰 소리보다 낮은 목소리가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합니다. 엄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할 때 아이는 엄마의 말을 잘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기 때문입니다. 또 엄마의 낮은 목소리는 아이에게 '이 말은 특별히 너만을 위한 말이야'라는 사인을 은연중에 보낸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엄마의 큰 목소리가 아니라 작은 목소리에서 자신의 소중한 자리를 발견하는 셈입니다. 낮은 목소리는 엄마가 아이의 기대밖의 행동에 대하여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대처하겠다는 사인이기도 합니다. 낮은 목소리는 감정과 흥분이 아니라 이치와 화해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낮은 목소리는 부드러움과 냉철함을 함께 갖춘 신비로운 발화이기에, 그 자체로 엄마의 사랑과 요구를 전달하는 강렬한 메시지가 되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기가 출제한 목소리 시험에 엄마가 합격한 후에야 비로소 승복하는 영악한 시험관이고요.
이러한 육아의 지혜는 인간관계 전반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느 사회든 다양한 갈등관계와 엇갈린 의사소통의 문제가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도 고용주와 종업원, 야당과 여당, 부자와 빈자, 그리고 노년과 청년 등 사회전반에 걸쳐 다층적인 갈등전선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굵직한 현안마다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정치적 지형에 따라 복잡한 대치국면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갈등이 깊을수록 자연히 자기주장을 관철하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됩니다.
특별히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 마음에 분노가 쌓인 사람, 자기입장에 대한 확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소리가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상대방도 비슷한 피해의식과 분노와 확신을 가지는 경우가 보통이므로 충돌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게다가 진정한 동기를 숨긴 채, 나름대로 자기가 붙잡고 있는 사실의 한 자락을 절대화하고 진리의 한 모퉁이를 전체화하는 경우에는, 더욱 접점을 찾기가 힘들어 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물론 목소리의 크기가 목소리 주인공의 정당성을 말해 주지 않습니다. 길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큰소리를 지르고, 가정에서도 꽃병을 깨뜨린 사람이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큰 소리가 아닌, 무언가 다른 방법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갈등상황에서는 일단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순서라고 봅니다. 이러한 제스처는 자신의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표시하는 방법입니다. 목소리를 낮추고 나서야 남의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낮은 목소리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일방주의를 버리고 차분하게 상호이해의 공동기반을 찾아보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사실, 갈등을 촉발하는 다름은 틀림과 동의어가 아닙니다. 제대로 기능하는 공동체에서 다름은 분열과 다툼을 조장하는 저주가 아니라, 하나됨을 보다 조화롭고 풍성하게 만드는 축복입니다. 서로를 채워주는 보완재요, 고무하는 자극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다름은 이웃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황금율의 전제이자 무대입니다.
거친 고함소리가 오가는 삶의 현장에서도
그리스도인은 낮은 목소리로 힘있게 말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작고 세미한 음성이 엘리야의 마음에 몰아치는 소용돌이를 잠잠케 하고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이방에도 드높았던 소음을 잠재운 것처럼, 날마다 주님의 음성을 새롭게 듣는 그리스도인들은 진리와 사랑의 낮은 목소리로 말할 자유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올라가려고 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 보면 어떻까요.
"여보게, 목소리를 조금만 낮추게나."
성주진 교수 (합동신학대학원 / 구약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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